※ 영성일기 ※

정신적 스트레스가 염증 일으킨다

  • 집단 따돌림, 40년 후까지 영향 미쳐

자살 시도 후 후송되고 있는 임 병장. 임 병장은 "부대원들이 자신을 없는 사람 취급했다"고 진술했다. - 동아일보DB 제공

자살 시도 후 후송되고 있는 임 병장. 임 병장은 "부대원들이 자신을 없는 사람 취급했다"고 진술했다. - 동아일보DB 제공

 






지난달 21일 육군 22사단 일반전방초소(GOP)에서 총기를 난사하고 탈영했던 임 병장이 사건 후 43시간 만에 생포됐다.

 

  육군 수사당국 관계자는 “임 병장이 부대원들이 자신을 없는 사람처럼 대우했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아직 조사가 진행 중인 만큼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부대에서 임 병장이 따돌림을 당했을 가능성이 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이런 집단 따돌림이 정신적인 피해는 물론 건강에도 지속적으로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노르웨이 스타뱅거대 연구팀은 이런 집단 따돌림이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입힐 수 있다고 2012년 11월 ‘비정상 아동 심리학지’를 통해 경고했다.

 

  노르웨이의 14~15세 재학생 96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집단 따돌림과 괴롭힘을 당한 경험이 있는 학생 중 33%가 PTSD 증상을 보였다.

 

  연구팀은 “성인 또한 예외가 아니라며 따돌림과 괴롭힘을 당한 성인 중 40~60%는 PTSD와 유사한 증상을 드러낸다”고 강조했다. PTSD의 주요증세에는 구체적인 이유가 없는 불안감이나 진행 중인 일에 좀처럼 집중하지 못하는 증상 등이다.


  집단 따돌림이 정신적인 외상뿐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신체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결과도 발표됐다. 영국 워윅대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에모리대 공동연구팀은 어린 학창시잘 괴롭힘을 당한 경험이 있는 학생들은 어른이 되도 괴롭힘을 당한 횟수와 기간에 비례해 몸에 염증이 많아진다는 연구결과를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 5월호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체내 염증 유무의 척도라 할 수 있는 CBP 혈중 단백질에 주목했다. 몸속에 CBP 단백질이 많다는 건 체내에 염증이 많아 건강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팀은 “CBP 단백질의 양은 수면이 부족하거나 영양이 불충분할 때, 그리고 스트레스가 심각할 때 분비되는 염증 양에 비례해 늘어난다”며 “어린 시절 당한 집단 괴롭힘과 따돌림이 20년이 지나 성인이 된 이후에도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집단 괴롭힘 때문에 생긴 정신적 상처 또한 수십 년 간 지속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영국 런던대 킹스칼리지 연구팀은 4월 ‘미국 정신의학지’를 통해 “어린 시절 괴롭힘을 당한 사람은 40년이 지난 뒤에도 우울증을 겪고 자살 충동을 느끼는 등 정신 건강이 좋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시기를 막론하고 집단 괴롭힘과 따돌림을 막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과학동아 이우상 기자 idol@donga.com